기분좋지않다 by 아요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1. 지난주 금요일 면접봤던 D사에서 불합격통보 문자를 받았다. 면접 분위기에서 나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예상했던 바였다.

2. 1의 문자가 도착하고 5분도 되지 않아, 그보다 앞서 면접봤던 K프로젝트에서 permanent position말고 temporary position으로 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당장 다음주부터 출근해달라는 걸 내쪽에서 부탁해서 11일로 미뤘다. 그래봤자 다다음주 월요일이다. 이제 돌잔치를 치루는 와중에 나와 아요는,
- 모유수유를 계속 할것인지 여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하고,
- 아요를 기관에 보낼지 개인탁아 방법을 찾을지 신속히 결정하여 하루라도 빨리 적응훈련에 돌입해야 한다

3. 왜 이 직종은 이렇게들 급하게 사람을 충원하는 걸까. 더구나 오늘 연락받은 자리는 출산휴가 대체 3개월짜리 단기 계약인데 이미 해당 직원은 지난달 중순에 출산휴가에 들어간 상태라 내가 출근하기 시작하면 근무기간은 두달 밖에 되지 않는다. 두달이건 세달이건 지금 나에겐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데 어찌되었건 고작 두달 일하자고 아요를 기관에 보내든 도우미를 구하든 중대한 변화를 시도해야한다는 사실이 썩 기분이 좋지 않다. 물론 이 자리가 앞으로 쭉 일해야하는 자리였다면 이제 일을 시작하고 나면 쉽게 그만둘 수 없다는 부담감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일단 두달 버티고 나면 다시 아요 곁으로 돌아올수도 있다는 여지가 남아있어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하니까.

4. 오늘 하루 아이를 기관에 보내고 있는 언니와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고, 도우미 소개업체에 전화해서 내일 12시에 한분이 우리집으로 면접을 보러 오시기로 했으며, 어제 상담갔던 어린이집 원장님과도 통화해서 다음주 월요일에 등원하기도 했다. 어린이집으로 결정한다면 이앤박에 영유아검진 받은 서류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해야 하고 시간날때 어린이집에도 들려 필요한 서류도 받아와야 한다.

5. 자꾸만 안쓰러워하면 안된다고,, 언니가 내게 조언해줬는데. 어떻게 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좀 사라질수 있을까. 내가 집에서 데리고 있는다고 하루종일 열과 성을 다해서 놀아주는 것도 아니고 내 몸 지치면 널부러져있기도 하고 아요 혼자 노는 시간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도 태어나 일년동안 내옆에 꼭 붙어있던 저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일하러 나간다고 생각하니 애처롭고 속상하고 섭섭하고 마음이 짠하다. 

6. 건조대에 널어둔 빨래를 개지 않았다고 아로아가 한소리 하는 것에 욱하고 화가 나서 그야말로 초췌한 행색으로 무작정 집을 나섰는데 갈 곳은 홈플러스 뿐. 지하 2층 서점에서 신정아 4001을 한참 읽다가 왔다. 요새 나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척 사치스러운 행위인데 그렇게 귀한 시간에 고른 책이 하필. 흐흐. 변명하자면 머리가 복잡해서 사고를 요하는 책은 읽기 싫었고 서점에서 잠깐 서서 읽을 책이니 줄거리가 이어지는 소설은 곤란하고,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1위로 꽂혀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지난 주말 반디앤루니스에서 내가 읽어보려고 손을 쓱 뻗쳤을때 옆에 있던 아로아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우린 이제 청춘 아니다'라고 면박을 줘 움츠러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그 옆에 바로 꽂혀있던 4001을 꺼내 읽었다고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을 해본다.

7. 중간정도까지 읽은 것 같은데 기억나는 내용 간략히 쓰자면,

신정아 씨는 평소: 

미인이다 /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 앞으로 미술계 뿐 아니라 더 큰일을 할 사람이다 / 등등의 말을 자신이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지위고하를 막론하고-에게서 매우 자주 들었다고 책의 중반까지 끊임없이 반복됨, 학위가 이슈화되기 전까지는 참 하루가 행복했을 듯 하다

집은 무척 부자였으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현금으로 5억이 들어있는 가방을 주셨고 (대단하시다 아버지)

똥아저씨와는 불륜이긴 했지만 선배 친구 아빠 같은 사람으로 5년간 사랑했으며

학위 위조 논란에 대해서는 박사학위의 경우 '논문을 대필한 것은 많지만 학위를 위조하지는 않았다'고 정리, 캔사스주립대에 대해서는 '학부 졸업장이 가짜라니 자신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등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적으면서도 내가 왜 이 책 내용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은 기분이 참 안 좋은 날이므로 그냥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고자 한다. 핸드크림과 유리아주 립밤 바르는 걸 자꾸 게을리하게 되고 헤어컷할 시점을 놓쳐 앞머리가 길게 자라버린 시점이라 굳이 거울로 확인하지 않아도 내 모습이 초췌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겉모습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자꾸만 늙고있는 것 같다.

여러모로 기분이 좋지 않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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