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게 내가 갖고 있는 이상적 부모상에서 가장 높은 순위의 덕목을 차지하고 있는데 말이 쉽지 실제로는 참 어려운 과제라는 느낌이 벌써부터 팍팍 든다.
운좋게 이 동네 사는 비슷한 또래 엄마들과 친해져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 집집마다 돌아가며 만난지도 6개월 가까이 되어가는데 아요보다 네달 빠른 주하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아이들, 아요, 한결이, 지유는 서로 생일이 일주일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 그야말로 같은 월령의 아기들이다.
그 중에 우리 아요는 키가 제일 작고 체중도 제일 적게 나간다. 지유는 이미 10kg를 오래 전에 넘어선 매우매우 튼실한 아가씨이고 이유식도 덥썩덥썩 정말 잘 받아먹는 먹성좋은 귀염둥이고, 한결이는 최종 신장 186cm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야심찬 엄마의 지도편달 아래 엄마의 정성으로 이유식 120씩 세끼에 분유 140ml 씩을 해치우는 등 제법 잘 먹고 있어 우리가 보기에도 부쩍부쩍 잘 커가고 있고 살도 제법 오르고 있다. 주하는 월령이 앞서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원체 키가 큰 편이라 벌써부터 아요와는 거의 머리 하나 차이가 날 정도로 키가 쑥쑥 자라고 있다.
말도 아요는 늦는 편이다. 주하는 그렇다치고, 지유는 말이 제법 빠른편이라 엄마 아빠는 자유자재고 그 외에도 빠이빠이 하면 손도 흔들고 박수도 치고 짝짜꿍도 하며 도리도리,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까지 할 줄 아는 재주가 무척 많은 편이고, 본인 스스로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지 뭐라고 뭐라고 수다를 잘 떨고 (물론 아직 무슨 뜻인지 이해는 어렵지만) 그 반작용으로 소리도 많이 지르는 편. 아요는 지난주부터 엄마 아빠 소리를 비스무리하게 내기 시작은 했는데 횟수도 많지 않고 사실 하루종일 나랑 함께 집에 있어도 소리 자체를 많이 내는 편이 아니다. 지유 엄마는 말하는 것을 무척이나 즐기고 말도 재밌게 잘하는 사람이고 지유한테도 끊임없이 말을 걸고, 아직 아기지만 지유와 늘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아직 아요와 진지한 대화를 하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 그저 "아요 안녕! 뭐하고 있니? 까꿍" 이 정도의 baby talk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혹시 이런 엄마의 과묵함이 아요의 언어발달에 방해가 되고 있는건 아닌지 살짝 미안하면서 걱정도 된다. 하지만 아요 아빠가 다섯살이 될때까지 말을 못해서 (혹은 안해서) 온 집안 식구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 현재는 수다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아요도 아빠 닮아서 말을 늦게 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준비는 어느 정도 되어있었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유식은 아아아아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그걸 다 쓰려면 밤새야할것같아 요약하자면 음... 이유식 시작한지 5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덥썩덥썩 이유식을 받아먹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고 한때 김싸먹이는 방법을 도입해서 매끼 150-160ml 씩 먹어치우던 기염을 토하기도 했지만 그후 갑자기 입을 꼭 닫고 한입도 먹지 않고 고개를 돌리거나 손을 내젓거나 수저를 밀어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방식으로 완전 거부하기 시작해서 엄마의 인내심을 한없이 시험하더니 earth best 이유식으로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고 오늘은 이유식 초기 스타일로 회귀해서 쌀미음에 소고기만 넣은 이유식에 다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는 상황이다.
아 그리고 이도 참 늦게 나는 편이다. 만 9개월 3주인 현재 아랫니 두개 달랑 난 상태. 윗니가 나려는지 며칠째 근질근질해하기는 한데 아직은 소식이 없다.
하지만 우리 아요가 잘하는 것도 무척 많다.
우선 잠 잘자고, 낮잠도 아주 편하게 드는 편이다. 졸릴때 엄마 팔베개 해주고 눕히면 99%의 경우 5분 안에 잠든다.
모유도 아주 잘먹고, 지금까지 변비도 없었고, 애키우는 사람은 입찬 소리 하면 안된다기에 쓸까 말까 고민하다 적지만 사실 지금까지 아팠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딱 한번 미열이 나서 소아과에 간적있는데 사실 그때도 누워있던 쪽 귀를 쟀던 거라서 사실상 열이 나는게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감기, 장염이며 인후염, 중이염 등등 요맘때 아이들이 대부분 한번씩은 한다는 병치레를 아직까지 한번도 안해서 그 부분이 제일 고마우면서도 언젠가는 한번은, 또는 여러번은 겪어야 할 일이겠거니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하다.
혼자서도 잘 노는 편이고, 운동발달에 있어서는 앞서 얘기한 또래 친구들 중 제일 빠른 편이다. 정확히 9개월 반 됐을 때 첫 걸음마를 떼서 지금은 3-4걸음 정도 걷는 상황이다.
사실 현재 상황을 기록하려고 시작한 글을 아닌데 적다 보니 구구절절 길어졌다.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제부터.
나는 아이를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조바심내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미리 걱정하지 않고, 느긋하게 아이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그까짓거 뭐 어려울까 싶었는데 당장 또래 아기들보다 키가 작고 체중이 적게 나가니 마음속에서 은근히 불안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한결이 키 안클까봐 이유식 먹일때마다 전쟁을 치르는 한결이 엄마를 볼때 정성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시간이 걸리든 두시간이 걸리든 마지막 한수저까지 남김없이 먹이고 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못한다 싶고, 나는 최대한 먹는걸로 강요하지 말아야지 아요가 먹기 싫어하면 아깝다는 생각 말고 내가 먹으면 되고 말도 못하는 아기한테 먹는 음식 억지로 먹이다보면 엄마인 나도 스트레스 받고 우리 아요도 음식을 먹는 행위가 즐거운 일이 아니라 뭔가 부담스럽고 짜증나는 일로 각인될까봐 쿨한 엄마 소리 들어가며 그래 먹기 싫으면 그만 먹어라 하고 치우곤 했는데
나의 이런 태도가 더 잘 자랄수 있는 아요의 성장곡선을 둔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괜히 불안해지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일단 나는 성격상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 싫어하고 강요받는 것도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 아요에게도 먹기 싫다는데 수저 계속 입속에 갖다대면서 억지로 억지로 떠먹이고 싶지는 않다. 그냥 지금까지 해온대로 최선을 다해서 먹이되 아요가 거부의사를 확실히 밝히면 주저없이 식사를 마치는 방식을 고수할 생각이다.
이 외에도 아직 재롱부릴 줄 모르는 우리 아요에 대해서도 당연한 거지만 마음 급하게 먹지 않고 천천히 아요가 하고 싶어질때까지 기다려줄꺼다.
- 2011/01/31 22:53
- Baby Amy
- swirl.egloos.com/2703701
- 2 comments

덧글
2011/02/01 01:3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아요 2011/02/09 14:20 #